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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리뷰 및 추천]/Book

[소설]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

내가 은밀하게 핥핥하는 작가님이 있다. 결혼하고 싶다 시바르ㅋㅋㅋㅋㅋ

그 작가님에게 무슨 책을 읽냐 묻자 상냥하게도 책 추천을 해 주었다. 당장 사서 읽었다.

 

 


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

저자
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
출판사
민음사 | 2009-07-02 출간
카테고리
소설
책소개
■ 세 명의 화자, 퍼즐처럼 맞춰지는 세 가지 이야기 이 책의 ...
가격비교 글쓴이 평점  

 

 

내가 이렇게 제대로 된 책을 읽은 지 얼마나 됐던가.

기억도 나질 않는다.

엄..내 가슴 깊숙히 인상을 심어 준 책은 류시화 씨가 엮은 시집이 마지막이었으려나.

그것 마저도 거진 1년 전 일이다.

학창시절에도 책과는 거리가 멀었는데...ㅋㅋㅋ (트와일라잇 시리즈 이런 흥미 본위 책 제외ㅋㅋㅋ)

이 책은 진짜 레알 등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가님이 추천해 준 책이라 ㅠㅠㅠㅠㅠㅠ

작가님 글 성향을 보아하니 작가님 취향=내 취향 이길래 믿고 샀다. 이 책 외에도 추천한 책은 많은데

일단 6권 정도 샀음. 그중 가장 처음 읽은 것이 이 책. (제일 격하게 아끼는 듯하길래ㅋㅋㅋ)

사랑해요 작가님 보고 계세요? 마이 에인졀


 

 

아무튼 책 리뷰로 돌아가서,

읽으면서 정말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쓰려니 머릿속이 정돈이 잘 안 된다.

일단 내가 들려주고 싶은 말은, 책 읽으면서 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울어봤다는 거, 내 인생 통틀어서 중학교 이후 이렇게 격하게 운 적 없다는 거다. 내가 이렇게 울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.

 

서평가도 아니거니와, 감성은 엿바꿔 먹은 지 오래고 문학적 지식수준도 낮은 내가 이런 책을 보고 왈가왈부 할 자격이 있나 싶지만 인생은 마이웨이이므롴ㅋㅋㅋㅋㅋ똥내나는 소감을 싸지르겠다.

 

초반에는 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됐다. 아니, 사실 중후반까지도 내용은 알겠는데,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. 그도 그럴 게, 표현 방식이 너무 통통 튀어서 ―그게 아니면 내가 부족해서― 내가 갈피를 잡을 틈을 안 줬거든. 내가 여태껏 읽어 온 책이라고는 아주 정형화된 문체를 가지고 있는 책들 뿐이었으니까. 글을 읽는 내내 분명 산문인데 시를 읽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. 글자 하나하나에, 삽화 하나하나에, 심지어 삽화가 삽입된 순서까지에도 내포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. 그것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나는 너무 분했다. 내가 너무 무지한 것 같아서, 내가 너무 식견이 짧은 것 같아서. 분명 삶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가다가 문득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이 보이겠지. 나는 아직 부족해서 보이지 않지만. 언젠간 알게 될거라 믿는다. 글자에 내포된 어떤 상징적 의미들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 한 나는, 덕분에 나의 무지함에 찌들어 살았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.

 

이 책은 퍼즐과 같다.

순서가 뒤죽박죽인 조각을 시행착오에 거쳐 제대로 된 자리에 맞춘다. 조각을 볼 때는 완성된 모습이 어떤 모습인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. 그저 그 조각에 그려진 단편적인 그림만을 보고 추리를 할 뿐이다. 하지만 차근차근 조각을 맞추어 나가다 보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고, 그렇게 퍼즐을 모두 맞추고 나면 마침내 전체가 보인다. 그 때 비로소 그 퍼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. 그제야 아! 하고 깨달음의 탄식을 내뱉겠지.

 

책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.

그 하나는 흥미 본위로 읽는 가벼운 책, 그 둘은 정보와 지식이 들어 있는 책, 그 셋은 한 번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, 읽고 또 읽고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먹다 보면 비로소 새로운 의미가 보이는, 그런 시와 같은 책이다. 그리고 본책은 물론 세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. 음미할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그런 책. 세월의 주름이 늘어갈수록 그 주름 사이사이에 깊숙히 스며드는 그런 책.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.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었다.

 

 

 

 

 

윽 오랜만에 진지먹고 감상 썼더니 손끝이 오그라들어썰..

하지만 진심으로 이 책은 대다나다. 타이포그래피 (Typography) 와 삽화를 이용하여 아주 기발한 연출[각주:1]을 자아냈다. 진짜 대단함. 그 암호해독 페이지는..ㅋㅋㅋ 내가 진짜 해독하다가 때려침.

hello?

is it really you?

is it really you?

help!

my... 하다가 때려침 하..근데 이거 해독하다가 또 울어써..ㅋㅋㅋ 나중에 시간 남아돌 때에 해야지..

 

 

근데 오늘 잠을 별로 못자서 눈앞이 잘 안보여...나 제대로 썼나? 몰라.....내일 확인하지 뭐..

마무리는 어떻게 지어야 하지...그래 아무튼 좋다고.

이 책 추천해 준 사람도 내가 매우 사랑한다고..

 

 

+사족으로 책에서 언급한 노래들 중 드뷔시의 가라앉은 사원 (Debussy - The Sunken Cathedral) 참 좋더라 감성폭발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  1. [[[[[[스포]]]]]] 전부 참신하고 인상깊었지만, 중반 부분에 빈 페이지들과, 후반 부분에 할아버지가 쓴 편지들의 글자가 마구 겹쳐지는 페이지, 숫자로만 가득 채워진 페이지가 진짜 대박.. 읽다가 감정이 치밀어 올라 격하게 울어 버렸다. [본문으로]